초여름 아침, 공기 중에는 상쾌한 향이 은은하게 퍼져 있었고 강하게 내리쬐는 햇살은 모든 곳을 밝게 비추었습니다. 꽃무늬 시폰 스커트를 입은 친이(沁伊)는 지하철역에서 만족스럽다는 듯이 앉아 다음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가 스크린 속 여자가 남자에게 바람을 피웠다며 헤어지자고 말하고, 그 후 돌아서는데 눈물이 두 뺨 위로 흐르는 장면을 봤습니다. 친이는 그 장면을 계속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과거의 자신이 떠올랐습니다. 과거 친이는 아름다운 사랑과 희망을 품고 남자친구와 함께했지만 결국 상처만 남았습니다….

 

친이는 어려서부터 ‘화접’이라는 노래를 좋아했고 ‘양산백과 축영대’라는 영화를 정말 좋아했습니다. 영화 속 ‘산이 무너지고 천지가 만나는 날 그대와 헤어지리라’라고 말하는 남녀 주인공의 모습에 흠뻑 빠진 친이는 자신과 함께 늙어가고 아낌없이 사랑을 줄 수 있는 남자를 만날 날만을 기다렸습니다.


17살이 되던 해, 친이는 위헝(宇桓)을 만났습니다. 위헝은 따뜻하고 다정했으며 친이에게 관심을 보였습니다. 생활적인 부분으로 힘들어하는 친이를 볼 때면 위헝은 온갖 방법으로 친이를 기쁘게 해 주었습니다. 친이의 특기는 수다였고 위헝의 특기는 듣기였습니다…. 어느새 친이는 위헝의 유머러스함과 착한 마음에 매료되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계속 ‘저 사람이 내가 찾던 그런 사람인가?’라고 자문자답했습니다. 친이의 마음은 흔들렸습니다. 위헝과 친이는 자주 연락했습니다. 하지만 친이는 가끔 전화를 받지 않고 심지어 휴대폰을 꺼놓는 위헝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친이는 친구로부터 위헝이 기혼자이고 1살 남짓의 아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친이는 너무나 큰 충격에 휩싸여 이 상황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친이는 위헝과 함께 평생을 같이할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위헝은 친이를 속였습니다. 친이는 위헝이 대체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너무 고통스러웠던 친이는 깊은 밤 적막 속에 홀로 베개에 얼굴을 묻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친이는 가정을 깨뜨리는 불륜녀가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한참의 실랑이 끝에 위헝이 빌며 사정했지만, 친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살을 찢는 고통으로 위헝과 모든 연락을 끊었습니다.

몇 년 후, 친이는 다시 위헝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위헝은 친이에게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친이의 마음도 조금 흔들렸습니다. ‘몇 년이나 지났는데 날 향한 위헝의 마음이 변하지 않았다니. 위헝이 이제 아내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면 받아 줘야겠어.’ 친이는 위헝에게 직접 선택하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위헝에게 자신은 불륜녀가 되고 싶지 않다고 정확히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이 얘기를 들은 위헝은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요즘 시대에 두 집 살림 안 하는 남자가 어디 있어? ‘안 살림 따로 바깥 살림 따로’, 이게 정상 아니야? 너 정말 너무 꽉 막혔다!” 위헝의 말에 친이는 깜짝 놀랐습니다. 위헝이 이런 말을 할 거라곤 생각도 못 했습니다. 눈앞에 있는 위헝이 너무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친이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대체 무엇이 위헝을 이리도 이기적이고 감정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으로 만든 것일까요?

친이는 마음이 아팠습니다. 첫사랑이 이런 결말을 맺게 될 줄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친이는 언젠가 평생 변치 않는 사랑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 후 친이는 한국으로 왔습니다. 한국에서 만난 호위(浩煜)라는 남자가 친이의 삶에 들어왔습니다. 호위는 따뜻한 사람이었고 친이와 같은 취미를 갖고 있었으며 친이에게 많은 관심이 있었습니다. 호위는 친이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함께 음악과 노래를 들었습니다. 호위는 거의 매일 친이에게 안부를 물었고 부모님께 인사를 시켜 주기도 했습니다. 타지에서 만난 호위는 실연으로 상처받은 친이의 마음을 위로해 주었습니다. 어느 날, 호위는 감정을 실은 노래를 친이에게 불러 주었습니다. “너와 함께 세상 어디든 갈 거야…. 아무 걱정 없는 세상에서 너와 함께 천천히 늙어 가고 싶어….” 친이는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호위가 부른 노래는 친이가 그리던 사랑과 삶이었습니다. 호위는 자신과 함께 서서히 늙어 가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마음이 흔들렸던 그때가 바로 둘의 사이가 끝나는 길의 시작이었습니다….

어느 날, 친이는 호위와 함께 그의 친구들과 밥을 먹었습니다. 그러던 중 호위에게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친이는 전화를 통해 들려오는 상대방과 호위가 미묘한 관계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순간 호위에게 자신 말고 다른 여자가 있음을 직감했습니다. 친이가 캐묻자 그는 친이를 향한 자신의 감정은 진심이라며 호언장담했습니다. 호위의 고백에 친이는 그를 믿기로 했습니다. 그 후, 친이는 다른 곳으로 파견되었고 호위 역시 다른 도시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한동안 시간이 지나자 호위와 친이는 연락이 뜸해졌습니다.

실연 후 얻은 깨달음

그러던 어느 날, 호위는 친이에게 “앞으로 좋은 친구로 남자”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청천벽력 같은 호위의 말에 겨우 아물었던 상처가 다시 벌어진 것처럼 마음이 아팠고 숨을 쉴 수조차 없었습니다. 슬픔에 빠진 친이는 혼잣말을 되뇌었습니다. ‘우리의 사랑이 이렇게 빨리 끝나 버리다니? 왜 항상 상처받는 쪽은 나인 거지?’ 그 후 친이는 깊은 슬픔에 빠졌고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로 지냈습니다.

고통에 허덕이고 막막해 하고 있을 때 친이는 하나님의 말세 복음을 듣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주신 양육과 공급, 그리고 형제자매의 관심 어린 도움으로 산산이 조각나고 차가웠던 친이의 마음은 온기를 되찾았습니다. 그 후 친이는 종종 형제자매와 함께 예배드리고 하나님의 말씀을 보았으며 진리를 교제하고 하나님을 찬미했습니다. 친이는 매일 알차고 기쁘게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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